[편집국 칼럼] 관광객들이 준데다 백종원표 치킨까지, 축제장 식당부스 한숨
[편집국 칼럼] 관광객들이 준데다 백종원표 치킨까지, 축제장 식당부스 한숨
  • 강성정 편집국장
  • 승인 2024.10.21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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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정 편집국장
강성정 편집국장

 요리연구가 백종원의 레떼르는 상당했다.

황룡강 가을꽃축제 기간 내내 백 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더본코리아 외식산업개발원이 부스를 열어 새싹삼 치킨바베큐를 팔았다.

연일 솔드 아웃됐다고 한다. 하루에 8백 마리가 팔린 셈이니 대단한 매출이다. 부스 규모도 다른 먹거리 부스보다 컸다.

장성군 관계자는 더본코리아의 치킨바베큐 반응이 매우 궁금했을 것이다. 앞으로 같이 먹거리 사업을 하게 될 상황이니 당연한 것이다. 이들은 더본코리아의 부스에 상주하다시피 했다.

간간이 “치킨을 너무 태웠다”, “속까지 다 구워지지 않았다” 등의 불만이 나오긴 했지만 대체로 “맛있다”라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 상황을 달가워하지 않은 이들이 있었다.

더본코리아 부스 주변의 식당 부스 주인들이었다. 매상이 뚝 떨어진 것은 안봐도 비디오였다.

한 부스 상인은 “백종원 때문에 간단음식을 메뉴로 한 식당들은 축제기간 동안 다 죽어버렸다”며 “작년에 비해 매출이 말도 못하게 줄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백종원 부스 옆에 테이블이라도 설치되지 않았더라면 치킨을 사서 식당가쪽으로 와서 그나마 눈에 띄는 음식을 더 샀을텐데..”라며 “테이블에 차분히 앉아 무대 공연도 보고 치킨을 먹을 수 있어서 아예 이 쪽으로 사람들이 오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 주인은 “테이블 설치를 군에서 말렸어야 했다”라고 강조했다.

간단음식을 주 메뉴로 한 식당 주인은 “평일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으나 주말, 공휴일 등에는 관내 주민들, 관광객들이 좀 모여서 기대가 컸는데 결과가 이렇게 끝나 우울하다”라고 말했다.

이 주인은 “군에서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소상인들을 배려하지 않은 것이 섭섭하다”라고도 말했다.

여파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비교적 큰 규모의 한 식당 주인은 “매출이 안좋다”며 “이럴 줄 알았더라면 여기에 참여를 안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주인은 “장성군이 다양한 음식의 부스들이 있어야 한다면서 축제 부스 참여를 권유해 나왔다”며 “음식값부터 메뉴 선택까지 간섭이 심해 우리들만의 강점을 선보일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음식 메뉴가 엇비슷한 식당이 많았다”고 이 주인은 말했다.

또 다른 식당 주인 역시 시원찮은 매출을 올렸다고 울상이었다. “과거에 비해 꽃들이 풍성하지 않고 시들시들한 탓에 관광객들이 대폭 줄어 평일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고 공연이 있을 때만 붐빌 정도였다”라며 “무엇보다 명색이 꽃 축제인 만큼 메인인 꽃들이 화사하고 싱싱한 자태를 선보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이 주인은 말했다.

황룡강 가을꽃 축제장을 찾은 한 군민은 “고창의 경우 군수가 열의를 가지고 자기 지역의 꽃 축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지인이 알려줬다”며 “머지않아 고창으로 관광객들이 쏠릴께 뻔하다”라고 말했다.

이 군민은 “그래도 황룡강 꽃 축제는 장성지역을 널리 알린 중요한 축제였는데 이런 식으로 운영되다간 명맥 유지가 어려울 것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한 여성 군민은 “꽃들이 상태가 안좋으니까 꽃 대신 축제 공연으로 사람모으기에만 급급한 장성군은 각성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여성은 “매일 황룡강 인근을 보면서 읍내를 왕복하는데 꽃들이 예년에 비해 확실히 맥을 못춘다”라고 말했다.

기후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군색하다고들 한다.

타 지자체의 꽃이나 다년초 축제 역시 황룡강 상황과 비슷한 실정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사례들도 많기 때문이다.

장성군은 내년 12월 께 지방정원 조성을 완공할 예정이다.

지방정원은 9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황룡정원, 푸른물빛정원, 홍담정원, 청백리정원, 검은숲정원, 참여정원 등 6개의 테마로 구성된다.

황룡강 꽃들의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장성군은 이같은 지방정원 구성을 차질없이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어느 군민은 이렇게 말한다.

“장성지역 화훼 농가들이 대부분 고사직전일 정도로 화훼 인프라가 엉망인데 지방정원이 성공할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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