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힘 있는 자가 ‘소통’ 외치는 것은 어불성설
[편집국 칼럼] 힘 있는 자가 ‘소통’ 외치는 것은 어불성설
  • 강성정 편집국장
  • 승인 2024.09.0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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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정편집국장
강성정편집국장

 정부와 한전은 호남지역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대규모 송전선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 호남지역의 경우 약 10GW 재생에너지 설비가 상업운전 중에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이미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32GW의 재생에너지 설비가 호남지역 계통에 추가 연계될 예정이다.

전력 계통 불안정이 야기되는 상황이다.

산자부는 전국적인 전력 계통 불안정으로까지 확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전은 계통관리변전소로 접속하려는 신규 발전설비에 대해 전력망 준공 이후인 2032년 이후의 접속을 조건부로 신규 허가를 내주고 있다.

해상풍력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이와함께 전력당국은 전력망만 선점하고 실제 발전사업을 하지 않은 허수사업자의 망 이용계약 해지에 적극적이다.

정부와 한전은 무엇보다도 호남지역 재생에너지 발전력 수용과 지역 내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345KV 5개 루트와 서해안 HVDC 2개 루트 선로 건설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345KV 5개 대상선로에는 장성을 비롯한 영광, 영암, 보성 등이 포함돼 있다.

선로가 지나가는 지자체의 반발은 컸다.

전력당국은 송·변전소 건설과정에서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지자체의 비협조로 건설 지연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푸념한다.

장성군은 지난 2022년 6월부터 2024년 3월까지 345KV 신장성변전소 및 관련 송전선로 건설 사업계획 공고 및 열람을 거부했다. 21개월에 걸친 항변이었다.

345KV 신장성-신정읍 송전선로 건설을 위한 입지선정위원회 위원 위촉 거부도 2023년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있었다.

영광, 보성 등지에서도 짧게는 5개월부터 길게는 27개월 까지 거부 움직임을 보였다.

전력당국은 이에 맞서 행정소송을 제기하거나 전원개발촉진법 개정을 서둘렀다.

소송의 장기전을 피하기 위해 산업부가 사업계획 공고 및 열람을 대행하기도 했다.

전촉법 제5조의 3 제1항에는 전원개발사업자는 실시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송전 및 변전 설비의 입지를 선정하는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 주민대표, 관계 전문가 및 전원개발사업자를 포함하여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하여야 한다로 명시됐다.

동조 제4항에는 전원개발사업자는 입지선정위원회가 관할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 또는 주민대표의 위촉ㆍ참석 거부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구성되지 못하거나 입지선정위원회의 심의ㆍ의결이 제2항에 따른 기간 내에 이루어지지 아니하는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절차에 따라 입지선정위원회를 생략하고 입지선정을 할 수 있다로 규정돼 있다.

이 규정들은 지자체의 입지선정위원 위촉거부를 막기 위해 지난 2023년 7월에 신설됐다.

지자체와 정부의 갈등은 결론이 뻔하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정부의 원안대로 이뤄진다.

지난달 27일 전남 나주 한전 본사에서 열린 전남,광주 전력계통 협의회에서 이옥헌 산업부 전력정책관은 “호남지역 계통포화 해소를 위해서는 전력망 건설이 필수적이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노력뿐만아니라 인·허가권을 가진 지자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므로 앞으로 지자체와 적극 소통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소통은 쌍방향이다.

지역의 의견이 어느정도 받아들여져야 한다.

지자체와 지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최소한 들어보고 대책을 세우는 노력이 곁들여져야 한다.

이는 정부의 막강함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도 국가에 필요한 일이니 지역에서 감내해야 한다는 식의 설득이나 통보에 그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동등한 관계이지만 이론상에 그치는 한계를 벗어날 때 진정한 지방자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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