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빠른 대처로 뇌졸중 환자 살린 소방 나이팅게일
재빠른 대처로 뇌졸중 환자 살린 소방 나이팅게일
  • 김지운 기자
  • 승인 2024.09.09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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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베트남 국적의 60대 남성 외국인을 신속한 응급처치와 이송으로 생명을 살려낸 문여정 소방장. 11월에는 심장마비를 일으킨 외국인 노동자 역시 빠른 대처로 목숨을 구했다. 사진 김지운 기자
지난해 12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베트남 국적의 60대 남성 외국인을 신속한 응급처치와 이송으로 생명을 살려낸 문여정 소방장. 11월에는 심장마비를 일으킨 외국인 노동자 역시 빠른 대처로 목숨을 구했다. 사진 김지운 기자

“구조출동, 구조출동”

안전센터 상황실 스피커를 통해 출동지령이 울렸다. 순식간에 구조대원들은 구조차량으로 달렸다. 무전기를 통해 쉴새 없이 현장 상황이 전달되면서 구조대원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문여정 소방장은 “출동할 때마다 가슴이 조마 조마 하다. 부디 환자가 중증 환자가 아니기를, 혹여 중증 환자여도 골든타임 안에 이송해 환자가 건강하게 회복될 수 있기를 빌면서 출동한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딸의 집을 방문해 있던 중 뇌졸중 증세를 보였던 베트남 국적의 60대 A 씨의 구조출동지령 당시도 마찬가지였다고 문 소방장은 회상했다.

지난해 12월 6일 새벽 4시께 삼계면에서 발생한 급성 뇌졸증 환자 구급 출동지령이 떨어지자 구급조끼를 집어들고 구조차량으로 문 소방장과 우슬기 소방사는 다급하게 달렸다.

그들은 뛰면서 손에든 조끼를 입고, 출동지령 내용 계속 떠올리며 환자를 떠올렸다.

구급대원으로 임용되기 전 병원 간호사로 근무해 다양한 환자의 임상경험이 있는 베테랑이었지만, 현장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두근거리고 무섭기까지 하다고 문 소방장은 밝혔다.

이들은 현장으로 이동하면서 최초신고자인 딸과 전화통화를 유지했다.

환자의 상태를 추적하고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한국으로 시집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베트남 출신의 딸로서는 한국말이 서툴렀다. 이들은 “아버지가 오른쪽으로 어눌하시고 말을 못하신다”, “지병은 없다”는 딸의 말들을 근거로 ‘뇌졸증’으로 추정했다. “아버지가 한쪽이 마비된 것 같다”는 최초 신고 내용과도 맞아떨어졌다.

“뇌졸증을 빠르게 식별할 수 있는 선별검사라고 있다. 현장 도착과 동시에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바로 실시했다. 눈을 마주치는 것부터 양쪽에 손을 올려보게 하는 등을 진행하자 뇌졸중의 전형적인 증상을 보였다”고 문 소방장은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었다.

“당시 A 씨가 고통을 호소한 후 구급 요청까지 한 시간이 넘도록 지체됐었다. 뇌졸중은 최초 증세 발현 후 3시간 이내에 치료를 시작해야 후유증이 최대한 남지 않기 때문에 서둘러야 했다”고 문 소방장은 말했다. 채 한 시간이 남지 않은 상황이다. 치료가 가능한 광주의 모 대학병원까지 이송하려면 시간이 촉박했다.

“날았다. 후유증 없이 치료가 되기를 빌면서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문 소방장과 우 소방사는 지도의사와 통화를 유지하면서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응급조치를 병행했다.

이송 후에도 문 소방장은 A 씨의 치료 경과를 주기적으로 세심하게 챙겼다. 먼 외국으로 딸을 시집 보낸 아버지가 안쓰러워 건강하게 회복됐으면 하는 바람이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문 소방장과 우 방사는 적절한 처치와 이송으로 A 씨를 살려낸 공을 인정받아 지난달 28일 브레인세이버 표창을 받았다. 브레인세이버는 급성 뇌졸중 등 응급환자의 생명을 구한 경우 수여되는 인증 제도로 인증서와 뱃지를 수여한다.

문 소방장은 앞서 하트세이버를 2회 수여 받은 베테랑 구급대원이다.

A 씨의 일이 있기 1개월 전에는 삼계면 소재지에서 심장마비로 숨질 위기에 있던 한 외국인 근로자 B 씨를 살렸다. 이 공으로 문 소방장은 하트세이버를 수여받았다. 하트세이버는 심폐소생술을 받은 환자가 병원 도착 전 심전도를 회복하고, 병원 도착 전‧후에 의식을 차린 뒤 72시간 이상 생존해 완전히 회복해야 심사 후보자가 된다.

문 소방장은 “호흡이 어렵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지만, 현장 도착 당시 B 씨는 의식이 없었다. 곧바로 자동심장충격기(AED) 패치를 B 씨에게 붙이자 심장마비가 발생하기 전의 리듬을 보이는 등 긴박한 상황이었다.

문 소방장과 우 소방사는 지체하지 않고 심폐소생술과 제세동기(심장충격기)를 이용해 B 씨를 살렸다. 심장마비가 발생할 경우 삼분 이내에 심장 압박을 해야 살 수는 확률이 높아진다.

“이주 노동자의 핸드폰 배경화면에 아이의 사진이 있었다. 순간 눈물이 났고 마음이 아팠다. 반드시 살려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문 소방장은 말했다.

심장마비 증세를 보인 외국인 노동자 B 씨도 이 두 구급대원의 발 빠른 판단과 응급처치로 목숨을 건졌다.

환자의 생명을 건진 공으로 브레인세이버와 하트세이버의 영예를 동시에 얻은 문 소방장은 “운이 좋았을 뿐이다. 동료들은 더 잘하시고 훌륭하다”며 겸손을 내비쳤다. 이어 “우 소방사는 참 예쁘다.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임용 초기의 마음을 다시 새기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후배다. 그녀에게 많이 배우게 된다”며 우 소방사 칭찬으로 입이 마르지 않았다.

문 소방장은 주민들에 대해서도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응급상황임에도 신고를 주저하시는 분이 있다. 병세를 몰라 병원 방문이 주저 될 때는 119로 연락해 의료상담을 받으면 된다. 골든타임을 지켜내면 일상생활 복귀가 빠르다”고 말했다.

문여정 소방장과 우슬기 소방사는 뇌졸증 증세를 보이던 베트남 국적의 A를 신속한 응급처치와 이송으로 목숨을 살렸다. 이공을 인정받아 지난달 28일 브레인세이버 표창을 받았다. 사진 장성소방서 제공
문여정 소방장과 우슬기 소방사는 뇌졸증 증세를 보이던 베트남 국적의 A를 신속한 응급처치와 이송으로 목숨을 살렸다. 이공을 인정받아 지난달 28일 브레인세이버 표창을 받았다. 사진 장성소방서 제공
장성소방서 삼계119안전센터가 하트세이버에 이어 브레인세이버 표창까지 겹경사를 맞았다. 최영선 삼계센터장(맨앞 검은색 조끼 오른쪽)과 대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김지운 기자
장성소방서 삼계119안전센터가 하트세이버에 이어 브레인세이버 표창까지 겹경사를 맞았다. 최영선 삼계센터장(맨앞 검은색 조끼 오른쪽)과 대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김지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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