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승연도 반한 맛집 ‘가을빛 묵은지’
배우 이승연도 반한 맛집 ‘가을빛 묵은지’
  • 김지운 기자
  • 승인 2024.09.09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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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빛 묵은지’ 주인 이인형, 양순님 부부는 건강한 밥상이 최고의 보약으로 여기고 반찬 하나까지도 세심하게 마련한다. 사진 김지운 기자

장성의 한 식당이 배우 이승연의 방문으로 일반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14일 이승연은 백양사 경내 진입 전 먹거리 길목의 ‘가을빛 묵은지’에서 식사를 했다. 그녀가 식사 후 자신의 SNS 인스타그램에 후기를 올리자 팔로워들은 ‘좋아요’ 2110개를 순식간에 눌렀다.

이승연은 이날 인스타그램에 “카르페디엠 메멘토모리 감사하고 사랑하며 고요히 강하게”의 글과 ‘#가을빛묵은지식당_표고버섯전 ’ ‘#이렇게맛있을수가 ’의 짧은 해시태그를 남겼다.

팔로워들은 “이승연님 피드 보고 엄마랑 가야겠다 맘 먹네요”, “감사합니다” 등의 댓글이 달았다.

실제로 이승연이 방문하고 광주에서 한 일행이 식당을 찾았다. 이들은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여기 배우 이승연씨 왔다 갔죠. 어제 왔다 갔다는데”라고 묻기 바빴다고 식당주인 이인형(58) 씨와 양순님(58) 씨 부부는 말했다.

하지만 정작 이 씨는 이승연을 알아보지 못했다고 했다. “이쁜 아줌마가 식당을 방문했네” 정도로 무덤덤했다고 이 씨는 말했다. 손님이 이승연의 방문 여부를 묻고 나서야 ‘이쁜 아줌마’가 이승연이었음을 알았다는 설명이다.

이날 방문한 손님은 이승연이 맛있게 먹었다는 묵은지와 비빔밥을 주문했다. 며칠 후에는 또 다른 일행과 이 식당을 찾았다.

4일 식당주인 부부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에도 손님들은 끊임없이 식당에 들렀다.

서울에서 왔다는 2명의 신자는 백양사 템플스테이에 참석하기 위해 지나던 중 방문한 것이다.

한 신자가 “스님들 정식 사드리려고 했는데 묵은지를 드신거야. 그때는 약소한거 같아서 얼마나 미안하던지. 그런데 스님들이 음식이 너무 잘 나왔다고 하셔서 얼마나 좋던지”라며 일행에게 한참을 자랑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이어 “내가 도라지 안좋아하는거 알지? 사장님이 줘서 어쩔 수 없이 먹었는데, 그 특유의 쓴맛이 없는거야. 언니 한 번 먹어봐”라며 도라지 정과를 건냈다. 이들은 한참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수다를 떨다가 정과 세트를 4개나 구매해 갔다.

손님들은 서비스로 제공되는 도라지 정과와 반찬이 맛있어 자연스럽게 판매 요구로 이어졌다. 이 식당에서 음식 이외에도 삼채 장아찌, 새송이 장아찌, 영양 김부각, 도라지 정과 등의 판매코너를 운영하는 이유다.

이 식당은 이상하게도 손님들에게 더덕 산채 한정식보다는 단품메뉴를 권한다.

인터뷰 중 또다른 일행 2명이 식당을 찾자 양 씨는 테이블로 서둘러 다가가 메뉴를 설명했다. 무엇이 맛있느냐는 손님의 질문에 양 씨는 “묵은지와 비빔밥이 어떻겠느냐”고 대답했다. 12,000원과 15,000원의 저렴한 메뉴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차림 구성이 가볍지 않다. 반찬 가짓수만 무려 20여 종에 이른다.

한정식이 단품보다 판매 이윤이 더 많음에도 두 부부는 단품을 주로 권한다. 이에 이 씨는 “상차리기 힘들어서”라고 손을 저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양 씨는 “정식의 경우 양이 많아 남기는 경우가 많다”라며 웃음지어 말했다.

‘가을꽃 묵은지’의 또다른 특징은 가게 홍보에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내 가족이 먹는 음식이라는 생각으로 건강한 자연식 밥상을 준비하고 연구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양 씨는 말했다. 한 곳에 자리 잡고 반백 년이 넘도록 음식 장사를 이어온 비결인 셈이다.

두 부부의 이같은 음식 철학은 양 씨의 시어머니에게 배운 것이 컸다.

“어머니가 손 맛이 좋으신 분이셨다. 결혼 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20년 동안 어머니의 손 맛을 배웠다. 어머니는 매일 “내가 먹고 내 가족이 먹는 것처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던 것이 몸에 베이게 됐다”고 양 씨는 말했다.

양 씨는 조리실 한켠에 마련된 칠판에 ‘겸손’, ‘양심을 버리지 말자’, ‘친절’을 적어 놓았다. 음식 실력이 늘었다고 자만하지 않기 위해서, 음식이 돈벌이 수단이 아닌 ‘건강’과 ‘정성’을 담아내는 것으로 믿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이 씨는 “손님들은 정성이 들어간 밥상을 금방 알아차린다”고 아내를 거들었다.

부부는 건강한 밥상을 위해 산나물을 직접 채취하기도 한다. 전량 식재료로 사용할 정도로 채취할 수 없지만, 손님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돼 부부는 틈만 나면 산에 오른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양 씨는 시어머니의 손맛에 음식 연구를 더해 음식의 맛을 더 깊고 풍부하게 했다. 휘인 조지현 전통음식 연구소 수석 연구원이기도 한 양 씨는 전통적인 음식 조리방식으로 건강한 식단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부부의 노력과 정성으로 단골이 늘었다. 우연히 방문했다가 맛에 반해 방문하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다. 관광지임에도 주말보다 주중에 손님이 많은 이유이다.

양 씨의 음식에 대한 연구와 노력은 2023 한국소비자산업평가 전라남도 장성군 한정식 부문 우수, 2023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 2022 보건복지부 장관상, 식품의약품 안전처장상, 소상공인 마스터 수상, 교육부장관상, 국제요리경연대회 대상 등을 수상하는 결실을 맺었다.

이 씨는 “아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음식에 대한 연구와 집념은 존경할 정도이다”며 손을 치켜 세웠다.

“잘 먹었다는 손님의 말 한 마디에 힘이 난다. 일일이 반찬의 이름을 대며 좋다는 피드백을 해주는 손님들께 감사할 뿐이다”는 양 씨는 손님에게 보약이 되는 음식, 자연식 밥상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배우 이승연이 지난달 14일 '가을빛 묵은지' 방문후 자신의 SNS에 올린 글. 사진 이승연 인스타그램.
배우 이승연이 지난달 14일 '가을빛 묵은지' 방문후 자신의 SNS에 올린 글. 사진 이승연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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