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의 한 식당이 배우 이승연의 방문으로 일반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14일 이승연은 백양사 경내 진입 전 먹거리 길목의 ‘가을빛 묵은지’에서 식사를 했다. 그녀가 식사 후 자신의 SNS 인스타그램에 후기를 올리자 팔로워들은 ‘좋아요’ 2110개를 순식간에 눌렀다.
이승연은 이날 인스타그램에 “카르페디엠 메멘토모리 감사하고 사랑하며 고요히 강하게”의 글과 ‘#가을빛묵은지식당_표고버섯전 ’ ‘#이렇게맛있을수가 ’의 짧은 해시태그를 남겼다.
팔로워들은 “이승연님 피드 보고 엄마랑 가야겠다 맘 먹네요”, “감사합니다” 등의 댓글이 달았다.
실제로 이승연이 방문하고 광주에서 한 일행이 식당을 찾았다. 이들은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여기 배우 이승연씨 왔다 갔죠. 어제 왔다 갔다는데”라고 묻기 바빴다고 식당주인 이인형(58) 씨와 양순님(58) 씨 부부는 말했다.
하지만 정작 이 씨는 이승연을 알아보지 못했다고 했다. “이쁜 아줌마가 식당을 방문했네” 정도로 무덤덤했다고 이 씨는 말했다. 손님이 이승연의 방문 여부를 묻고 나서야 ‘이쁜 아줌마’가 이승연이었음을 알았다는 설명이다.
이날 방문한 손님은 이승연이 맛있게 먹었다는 묵은지와 비빔밥을 주문했다. 며칠 후에는 또 다른 일행과 이 식당을 찾았다.
4일 식당주인 부부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에도 손님들은 끊임없이 식당에 들렀다.
서울에서 왔다는 2명의 신자는 백양사 템플스테이에 참석하기 위해 지나던 중 방문한 것이다.
한 신자가 “스님들 정식 사드리려고 했는데 묵은지를 드신거야. 그때는 약소한거 같아서 얼마나 미안하던지. 그런데 스님들이 음식이 너무 잘 나왔다고 하셔서 얼마나 좋던지”라며 일행에게 한참을 자랑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이어 “내가 도라지 안좋아하는거 알지? 사장님이 줘서 어쩔 수 없이 먹었는데, 그 특유의 쓴맛이 없는거야. 언니 한 번 먹어봐”라며 도라지 정과를 건냈다. 이들은 한참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수다를 떨다가 정과 세트를 4개나 구매해 갔다.
손님들은 서비스로 제공되는 도라지 정과와 반찬이 맛있어 자연스럽게 판매 요구로 이어졌다. 이 식당에서 음식 이외에도 삼채 장아찌, 새송이 장아찌, 영양 김부각, 도라지 정과 등의 판매코너를 운영하는 이유다.
이 식당은 이상하게도 손님들에게 더덕 산채 한정식보다는 단품메뉴를 권한다.
인터뷰 중 또다른 일행 2명이 식당을 찾자 양 씨는 테이블로 서둘러 다가가 메뉴를 설명했다. 무엇이 맛있느냐는 손님의 질문에 양 씨는 “묵은지와 비빔밥이 어떻겠느냐”고 대답했다. 12,000원과 15,000원의 저렴한 메뉴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차림 구성이 가볍지 않다. 반찬 가짓수만 무려 20여 종에 이른다.
한정식이 단품보다 판매 이윤이 더 많음에도 두 부부는 단품을 주로 권한다. 이에 이 씨는 “상차리기 힘들어서”라고 손을 저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양 씨는 “정식의 경우 양이 많아 남기는 경우가 많다”라며 웃음지어 말했다.
‘가을꽃 묵은지’의 또다른 특징은 가게 홍보에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내 가족이 먹는 음식이라는 생각으로 건강한 자연식 밥상을 준비하고 연구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양 씨는 말했다. 한 곳에 자리 잡고 반백 년이 넘도록 음식 장사를 이어온 비결인 셈이다.
두 부부의 이같은 음식 철학은 양 씨의 시어머니에게 배운 것이 컸다.
“어머니가 손 맛이 좋으신 분이셨다. 결혼 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20년 동안 어머니의 손 맛을 배웠다. 어머니는 매일 “내가 먹고 내 가족이 먹는 것처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던 것이 몸에 베이게 됐다”고 양 씨는 말했다.
양 씨는 조리실 한켠에 마련된 칠판에 ‘겸손’, ‘양심을 버리지 말자’, ‘친절’을 적어 놓았다. 음식 실력이 늘었다고 자만하지 않기 위해서, 음식이 돈벌이 수단이 아닌 ‘건강’과 ‘정성’을 담아내는 것으로 믿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이 씨는 “손님들은 정성이 들어간 밥상을 금방 알아차린다”고 아내를 거들었다.
부부는 건강한 밥상을 위해 산나물을 직접 채취하기도 한다. 전량 식재료로 사용할 정도로 채취할 수 없지만, 손님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돼 부부는 틈만 나면 산에 오른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양 씨는 시어머니의 손맛에 음식 연구를 더해 음식의 맛을 더 깊고 풍부하게 했다. 휘인 조지현 전통음식 연구소 수석 연구원이기도 한 양 씨는 전통적인 음식 조리방식으로 건강한 식단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부부의 노력과 정성으로 단골이 늘었다. 우연히 방문했다가 맛에 반해 방문하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다. 관광지임에도 주말보다 주중에 손님이 많은 이유이다.
양 씨의 음식에 대한 연구와 노력은 2023 한국소비자산업평가 전라남도 장성군 한정식 부문 우수, 2023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 2022 보건복지부 장관상, 식품의약품 안전처장상, 소상공인 마스터 수상, 교육부장관상, 국제요리경연대회 대상 등을 수상하는 결실을 맺었다.
이 씨는 “아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음식에 대한 연구와 집념은 존경할 정도이다”며 손을 치켜 세웠다.
“잘 먹었다는 손님의 말 한 마디에 힘이 난다. 일일이 반찬의 이름을 대며 좋다는 피드백을 해주는 손님들께 감사할 뿐이다”는 양 씨는 손님에게 보약이 되는 음식, 자연식 밥상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