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일을 하지 않아야 탈도 없다?
[편집국 칼럼] 일을 하지 않아야 탈도 없다?
  • 강성정 편집국장
  • 승인 2024.08.2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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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정편집국장
강성정편집국장

 이재양 교육장은 38년 6개월 동안 교직에 몸담았다. 그는 지난 2년의 재임 기간을 되돌아보며 “일을 하지 않으면 탈도 없다”라고 말했다.

그의 이 한마디는 오랫동안 뇌리에 맴돌았다. 왕성하게 일을 한 그였기에 더욱 그랬다.

이 교육장은 교육공무원으로서 보기 드문 행적을 보였다. 교육정책에 대한 과감한 추진력을 보였고 예산을 끌어모으는 데도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특히나 점잖은 교육자란 오랜 인식 속에서 생활한 교육장이 돈을 운운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예산 이야기를 꺼내기까지 일관된 저자세는 숙련된 영업사원에게도 벅찬 일이다.

그는 교육장이란 체면도 아랑곳하지 않고 3백여억 원의 외부 돈을 장성 교육에 쏟아붓게 만들었다. 그 과정 속에 배었을 무안함은 불문가지이다.

아주 오래전에 전남대 총장으로 부임한 한 교수는 “리더의 역할은 예산을 확보하는 데 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지방소멸의 위기에 봉착한 전국의 지자체장들은 정부의 예산을 자신의 지역에 들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국회로 장관실로 전방위 활동을 벌이고 있다.

급기야 많은 돈을 확보한 지자체장은 능력 있다는 평가를 받는 실정에 이르렀다.

물론 선출직과 임기제 공무원과의 비교는 어불성설이지만 리더의 역할은 분명해 보인다.

사실 우리네 공직사회에는 복지부동이 만연돼 있다.

괜히 나서서 모난 돌이 돼 정 맞지 말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자연스레 관행대로의 업무 처리는 거의 공식화됐다.

새로운 일을 벌여 갖은 비난을 받기보다는 현상 고수가 훨씬 이롭다는 것을 간접체험으로 이들은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동에는 공무원의 일반적인 무사안일함과 다른 속뜻이 있긴 하다.

실행하기 심히 곤란한 명령이 상부에서 내려왔을 때 명령을 이행하고 나서 나중에 정권교체 등으로 문책 등 후환이 염려될 것이 예상되는 경우, 소극적이면서도 매우 의도적인 사보티지 즉 복지부동은 긍정적인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이렇게 감행할 자가 얼마나 될지 의문스럽다.

공무원의 과감한 정책 추진이 어려운 배경에는 언론의 역할도 한몫하고 있다.

잘한다는 호평에 인색한 데다 인간의 불건전한 감정을 자극하는 범죄, 괴기사건, 성적추문 등을 과대하게 취재 보도하는 황색저널리즘이 요새같이 활개를 치는 경우도 없다.

주민들이 문제점 있는 기사나 사고, 사건 기사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기 때문에 언론의 편향된 보도 방침은 변화가 없다.

게다가 진실보도 보다는 매체의 관점으로 들여다보고 써대는 경향까지 선보이고 있다.

잘못된 점을 파헤치는 것은 언론의 당연한 책무이다.

이 교육장도 “리더는 비난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며 “언론의 비평기능은 유지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아전인수식 보도는 지양돼야 할 것이다.

팩트에 기반한 결론은 아무 문제가 없지만 신빙성 없는 증언이나 분위기,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은 지적을 내용으로 한 보도는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

리더의 기준 없는 인사 정책도 무시할 수 없는 한 요인이다.

공직사회의 공과(功過)는 인사로 판가름 난다.

전력을 다해 좋은 성과를 거둔 이에게는 승진의 열매가 주어져야 하고 그러하지 못한 경우에는 다음 기회를 기약하게 만들어야 한다.

공직 기관의 장들은 인사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혹평을 받는 경우가 많다.

모두가 나름대로 성과도 있고 일도 열심히 했다고 자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인사에 불만을 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승진 기준이 정량화돼야 한다.

인사위원회의 심의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심의는 평가가 배제되고 지표에 드러나지 않은 혹은 사건화되지 않은 비리나 부정 등이 있는지를 살피는 것에 그쳐야 한다.

부디 우리 사회에서 ‘새로운 일을 하지 않아야 탈이 없다’ 라는 인식이 사라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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