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이사관 출신 이장, 월산마을 새롭게 바꾼다
부이사관 출신 이장, 월산마을 새롭게 바꾼다
  • 김지운 기자
  • 승인 2024.06.25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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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지운 기자
사진 김지운 기자

부이사관 출신 마을 이장이 화제다.

4급 서기관에 이어 법원 최고 명예인 집행관까지 오른 이재순 씨(67)가 그 주인공이다.

이 씨는 청년회 격인 월산마을 ‘월녹회’의 설득으로 2022년 12월 28일 이장직을 수락했다. 당시 월산마을은 정부가 추진하는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을 준비 중이었다. 2020년에 동일 사업을 추진하다 중앙심사에서 떨어진 경험이 있던 월산마을은 2023년 사업에 재도전하기 위해 고민이 깊던 시점이기도 하다.

“공직에 36년간 재직했던 경험이 개조사업 공모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동네 분들이 찾아와 설득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마을에서는 반드시 이번에는 공모에 선정돼야 한다는 절박감도 있었다”고 이 씨는 당시를 회상했다.

마을에서 나고 자란 이 씨는 퇴직 이후에도 마을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 생각에 흔쾌히 이장을 맡기로 했다. 하지만 이 씨의 아내 이옥희 씨(61)는 “공적인 일을 하다 보면 아무리 잘하더라도 좋은 소리 못 듣는다”며 사업과정에서 남편이 상처를 받지 않을까 노파심에 반대했다. 이에 “고령이신 어머니가 평생을 살아오신 삶의 터전이다. 우리의 아이들이 나고 자라 고등학교까지 다닌 곳이지 않느냐”며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이곳에서 살고 싶어 귀향할 만큼 좋은 환경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아내를 설득했다고 이 씨는 말했다.

이 씨가 이장을 맡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에서는 “명색이 법원 등기국장을 하던 사람이 이장까지 해 먹는다”는 비아냥이 들려왔다.

“당연히 마음이 아팠다. 순간 내가 나이가 더 들었다면 이런 기회를 줬겠는가. 조금이라도 젊으니까 동네를 활기차게 만들어보자는 의미로 이장으로 세워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픈 마음보다도 그저 감사할 일이라고 마음먹게 됐다”며 이 씨는 당시를 떠올렸다.

“선택만 된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

이 씨는 생활여건 개조사업 공모 최종 심사에서 자신 있게 이같이 포부를 밝혔다. 심사위원들의 “실현 가능성이 있는가? 노인층 인구 비율이 높은데 사업 진행이 가능하겠는가?”라며 묻는 집요한 질문 공세에 대한 답이었다.

이 순간 이 씨는 “공모에 선정 되겠다”는 느낌이 왔다고 했다.

“마을에 사업을 하는 사람, 공직에 있다 은퇴한 사람 등 인적 인프라가 많았다. 특히, 젊은 사람들로 구성된 추진위가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다”라며 이 씨는 웃어 보였다. 이어 “농촌 인구가 대도시로 유입되면서 빈집과 폐가가 늘어 20여 년이 넘도록 마을은 침체기였다. 이 사업을 준비하면서 마을 주민들이 한마음이 돼 준비하면서 활기를 되찾았다”라며 바뀐 마을 분위기도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고 소개했다.

취약지구 생활여건 개조사업이 시작된 지 4개월째에 접어든 월산마을은 주민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 씨는 “주민들은 동네가 살아난다는 느낌이라며 반기는 반응이다. 마을회관에는 어르신들이 매일 나오셔서 개조사업에 대한 말씀들을 나누며 좋아하신다”라며 예전 마을 분위기로 점차 회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사업으로 노후주택을 개량한 주민의 만족도에 대해 “80년이 넘은 집이 있다. 집주인이 82세니까 평생을 살아온 집이다. 노후주택 정비 완료 후에 주인분이 헌집을 새집으로 만들어 줬다며 손을 붙잡고 좋아하셨다”고 이 씨는 밝혔다. 이어 아직 주택 정비 중인 세대의 경우도 완료된 집을 보면서 부러움과 기대감을 나타내 보인다고 덧붙였다.

마을 풍경이 조금씩 바뀌고 주민들의 분위기가 변하자 소문은 빠르게 주변으로 번졌다. 이 씨는 “도시로 떠났던 분들, 타 마을로 이사 갔던 분들이 다시 돌아와 살고 싶다는 소식을 전해 온다”며 사업 후 마을이 정주 환경이 좋아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이어 “중앙심사 발표 최종 결론이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다시 돌아와 정주할 수 있는 혁신된 마을로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그 포부와 약속을 지켜가고 있어서 좋다”며 자부심을 내보였다.

이 씨는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꿈꾼다고 했다.

“국가 지원사업이지만, 차상위계층과 기초생활수급자를 제외한 일반주민은 30%의 자부담이 있다. 어르신들에게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이 비율을 20%대로 낮춰 어르신들의 부담을 줄여 드리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이 씨는 말했다.

이 씨는 월산마을이 지속발전할 수 있는 향후 계획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동네 가운데를 지나는 안길은 어린시절 동네의 아이들 전부가 몰려나와 놀던 놀이터였다. 안길 옆으로 시냇물이 흐르는 구상천에선 멱을 감거나 고기를 잡던 추억이 깃든 곳이다. 이곳을 다시 되살려 생태 마을을 조성하고 싶다”

이 씨가 찾은 마을의 미래 모델을 쉼과 추억, 나눔이 있는 생태마을로 꼽았다.

그는 “서울 청계천이 있지 않은가. 그것처럼 구상천을 누구나 쉴 수 있는 쉼터로 조성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학생들도 오가며 쉴 수 있고, 야외 수업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라며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이 씨는 마을 안길도 옛 정취를 그대로 남기기 위해 확포장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연미를 살려야 삭막하지 않고, 동네 기분도 나고, 추억도 살리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주변 학교와 연계한 수익사업도 계획 중이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실습으로 진행하는 제빵기술이 있다. 주민들이 기술을 배운다면 소득에 도움이 될 것이다. 마을 텃밭에서 생산된 농산물도 주민 소득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본다”며 이 씨는 기대에 부풀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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