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금연, 영원한 키워드
[편집국 칼럼] 금연, 영원한 키워드
  • 강성정 기자
  • 승인 2024.05.20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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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정편집국장
강성정편집국장

담배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때는 임진왜란 무렵으로 추정된다. 당시 담배는 건강에 해로운 것이 아니라 유익한 약재로 인식됐다.

동의보감에서도 소화에 도움이 된다고 기록될 정도다. 여기에 호기심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담배는 빠른 속도로 퍼졌다. 피우는 사람도 양반뿐만 아니라 평민, 천민, 여자와 아이들까지도 피웠다.

지금은 버릇없다고 할 어른과의 맞담배도 스스럼없이 행해졌다. 임금과 신하들도 담배를 좋아했다고 한다. 조회가 열린 정전에는 담배연기가 가득했다 하니 지금의 상황과 사뭇 다르다.

광해군은 담배연기를 매우 싫어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신하가 거리낌없이 담배피우는 것이 어려워졌다. 자연스레 조선사회에서도 윗사람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일은 예법에 어긋난 것이 됐다.

정조때 좌의정이었던 채제공이 돈의문 근처에서 곰방대를 거만하게 물고 느릿느릿 하게 갈지자 행보를 한 두 명의 유생과 마주쳤다. 일흔살 먹은 좌의정 앞에서도 이들은 거리낌이라곤 전혀 없었다. 보다못한 경호원이 이 둘을 잡아 가둔다.

그날 밤 성균관 유생들이 야밤에 옥사로 몰려갔다. 잡아가둔 유생 둘을 풀어주라며 관리들에게 패악질까지 부렸다. 보고를 받은 채재공은 결국 이들을 풀어줬다.

미관말직이었던 두 유생의 아버지들은 이 소식을 듣고나서 각자 자신의 아들을 크게 꾸짖었다. 혈기 왕성한 이들은 넘치는 분을 못참고 급기야 사발통문을 돌려가며 채제공을 공격하는 상소를 올리기 시작했다. 채제공은 정조 앞에 나가 “욕보일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선비가 공론을 말할 때나 할 소리인데 대낮 길가에서 양아치마냥 담배를 꼬나물고 좌의정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놈을 혼내지 못한다면 이건 그냥 일하지 말라는 소리 아닙니까”라고 일갈한 뒤 사직서를 냈다.

아무리 담배예찬론자인 정조여도 채제공의 말이 옳다고 느꼈는지 단호한 처분을 내렸다. 야밤에 유생들을 선동한 이위호는 종신 과거금지 처분을 받게 된다. 영원히 벼슬길이 막힌 것이다. 추종자 조학원, 윤선양, 원재형등은 10년 과거금지 처분을 받았다. 앞서 채제공 앞에서 담배를 피웠던 두 유생은 자신들의 아버지에게서 장형을 받은 것으로 처분을 면제 받았다. 전도가 유망한 청소년들이 담배예법에 어긋난 행동을 하고 여기에 동조하다 인생을 망친 꼴이 됐다.

영조때에는 흉년이 들어 빈민들에게 쌀을 나눠주었는데 이를 담배로 바꿔 피웠을 정도로 그 폐해가 심했다. 또한 담뱃불로 인한 화재사건이 비일비재해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담배는 이미 백해무익한 것으로 판정됐다. 특히 청소년 흡연은 치명적인 장기 손상을 유발한다. 그래서 성인이나 청소년, 심지어 중·장년들에게도 금연은 사라지지 않는 키워드다.

다행스러운 것은 2020년 청소년 흡연율이 전년에 비해 2.3% 줄어들었단 수치다. 청소년 흡연 동기로는 친구들의 권유나 강요가 으뜸을 차지한다. 담배에 대한 호기심이나 어른들에 대한 반항심, 스트레스 해소, 성차별에 대한 불만(여학생의 경우)등등도 조사됐다.

이 달 31일은 제 37회 세계 금연의 날이다. 전남교육청은 지난 13일 흡연으로부터의 해로움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직원들의 건강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금연캠페인을 실시했다.

도교육청은 도내 828교를 대상으로 흡연예방선도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금연문화 조성을 위한 학교특성화 프로그램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이와함께 찾아가는 금연문화힐링스쿨(전라남도교육청학생교육문화회관) 운영, 학교관리자 및 업무담당자 연수, 지역연계 자문위원단 및 건강증진 교직원 연구동아리 운영 등으로 금연 문화 조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일선 학교에서도 금연 캠페인은 상시 열린다. 중,고등학교를 넘어 초등학교에서도 금연캠페인이 벌어진다. 갈수록 흡연 연령이 낮아진 탓이리라.

장성지역에서는 올해 학교 현장에서의 금연 캠페인이 열리지 않았다.

이는 장성지역 학생들의 흡연이 다른 지역보다 덜 심각하다는 분석에 따른 것일 수 있다. 정례적인 캠페인보다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른 캠페인이어서 생략되었을 것으로 짐작되기도 한다.

금연은 예방이 중요하다는 데 이론이 없을 것이다. 한 번 피우기 시작하면 끊기 어렵기 때문이다. 흡연의 무서움을 알리는 홍보가 꾸준히 전개되는 것이 필요한 이유이다.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주체적으로 실시하는 캠페인은 더욱 효과적이란 점도 고려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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