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지방 보궐선거를 앞둔 얼마 전 일이다.
필자는 지방의회의 현주소를 살펴볼 요량으로 맨 먼저 내 고장 장성군의회 홈페이지를 둘러보고 다소 실망한 기억이 새롭다. 솔직히 기관 홈페이지라고 하기에는 너무 성의가 없고 민망한 수준이었다. 심지어 어느 시점부터는 전혀 업데이트가 안되어 있었다.
내 고장 민생현장의 목소리는 어떻게 전달되고 그 처리실태와 수범사례들을 보고자 했던 내 당초 목적은 처음부터 아예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명실공히 선비 고장 후예로서, 많은 문헌 정보를 자랑했던 지역민의 한사람으로서 몹시 부끄러웠다.
자연스레 다른 시군들은 어떤지 보았다.
장흥군의회는 의원해외연수비 반납을, 영광군은 신안해상풍력 송전선로 경과 반대 비상대책위 활동과 군서면 축사화재현장방문을, 나주시의회 연구단체에서는 기후위기대응 탄소중립실현 세미나 개최, 구례군의회는 열린 의회 구현을 위해 임시회 방청홍보를, 담양군 의회에서는 광주시 소각장 건립입지선정 반대 활동을 민생의 현장에서 정말 열심이었다.
그럼 우리는 어떠한가.
무너지고 있는 소상공인문제, 벼멸구피해 농민애환, 남면 학교 에어컨 수리 산업재해현장관련 보고서는 커녕 사진 한 장 보지 못했다. 심지어는 의회운영 지향점이자 실천목표인 변변한 슬로건 하나 못 봤다. 의사일정안내 하나 없었다. 인근 시군들과는 크게 갈려 보였다.
의회는 지역주민의 의사결정을 현실적으로 직접할 수 없기 때문에 전문성을 갖춘 대리인(의원)을 선출하여 그 의사결정을 대리케 하는 대의민주제로 흔히들 상머슴으로서, 심부름꾼으로서, 잘 섬기겠다고 말하지만 그때 뿐이었다.
누군가는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연유를 주민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우리 지역사회 정치환경에서 찾았다. 다시 말해 잘하려는 경쟁의 부재가 원인이라고 했다.
유권자의 방관과 무관심도 절대 무관하지 않다. 또 지방언론과 주민감시단 등 시민단체의 역할도 그만큼 중요하다 충고한다.
의회본령은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이고 이를 통하여 지역발전을 이끌어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행복에 있음을, 이 정신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지방의회는 매년 이맘 때면 일년 중 가장 바쁜 시기다.
일 년 살림살이를 점검하고 성과분석을 통해 잘한 것은 더욱 발전해 가고, 부족하거나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따져 묻고 대책을 촉구해야 한다. 때로는 공감력 있는 합리적인 대안 제시도 필요하다.
이렇게 집행부를 흔들어 깨워 바로 세우는 일이 의회의 존재 이유이고 권능이다.
지금부터 관련 자료도 꼼꼼히 살피면서 공부하고 주민의견을 청취하는 등 사전준비에 열심히 해야 한다.
지금 우리 고장에는 많은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고려시몐트 폐광산 문제와 대책, 황룡시장 활성화, 수년째 방치된 서삼 물류단지 문제와 대책, 저출산 고령화, 인구소멸문제, 지역경제 활성화와 사회안전망구축, 기후위기 문제와 농업대책, 영광 한빛원전 대응, 음식산업 부흥과 세일즈, 농촌활력과 소득증대, 위기에 빠진 장성고를 어떻게 되살릴 것인가 등 어느 하나 소홀히 취급할 수 없는 중대한 과제들이 테이블에 있다.
이 핵심과제들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어떤 방향인지도 솔직히 난 알지 못한다.
또한 의회 홈페이지에서도, 정책토론회에서도, 민생현장간담회에서도, 의정보고회에서도, 난 찾지 못했다.
집행부의 영혼 없는 앵무새 따라하기 보다 날카로운 매가 되어야 한다. 집행부가 치열하지 못할 때 견제와 균형으로 바르게 이끌어 주어야 한다. 집행부에 수동적으로 이끌리기 보다 민의를 주도적으로 리딩해 가야한다. 치열하게 열심히 일하면 주민의 이익이 공동체의 발전으로 이어지고 종국에는 주민의 사랑이 된다.
차제에 몇 가지 당부드리고 싶다.
의회는 민의의 원천으로 주민의 모든 뜻이 충실히 잘 반영되고 해결되도록 민주적 의회운영에 힘써주기 바란다. 그리고 주민 누구나 들어다 볼 수 있도록 열린 의회운영에 힘써야 한다.
여기서 의회의 얼굴인 홈페이지를 대대적인 정비와 운영도 건의 드린다.
주민 누구나 다 먹고사는 민생문제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스피커 홀(상담실 운영)도 확대해 가야 한다. 그리고 생산적인 토론문화를 통해 숨 막힌 민생 활로를 뚫어 희망이 구체적으로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공부하는 의원상을 보고싶다. 한 수 위의 차별화된 전문성으로 집행부를 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의회 도서관 자료실 확충과 학술 연구모임 활성화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넓어진 공간만큼 다양한 콘텐츠와 프로그램으로 채워라. 어린이 모의의회 운영, 기관단체 의정 초청설명회 운영도 주민교육 홍보도 강화해야 한다. 누구를 위해 봉사하는 삶만큼 값진 것이 없다. 특히나 고통받고 힘들어 하는 사람을 돌보아 주는 일은 정말 숭고한 일로 존경받아야 한다.
초심을 잃지 말자.
늘 평가받는 마음으로 성심을 다 하면 좋은 결과는 틀림없다.
장성군의회가 더 열심히 일하도록 지속적인 응원과 사랑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