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조선 최고의 풍광’으로 손꼽히던 장성 황룡면 황룡리 요월정 원림(전라남도 기념물)이 잦은 장마로 흉물로 전락했다.
요월정 주변을 둘러 싸고 있는 60여 그루의 배롱나무들이 계속되는 여름철 장마로 햇빛을 제대로 받지 못해 성장이 부진, 백일홍 꽃이 예년의 20% 정도 밖에 피지 않았고 고온으로 병충해가 극심해 잎이 검게 변하거나 다 떨어져 반 벌거숭이가 됐다.
때문에 여름철 주말이면 300~400명씩 몰리던 전국 사진작가들의 발걸음도 뜸해졌고 어쩌다 찾은 일반 관광객들도 실망을 안고 돌아가기 일쑤다.
게다가 전남도 지정기념물이라서 관리주체가 전남도이다보니 병충해 예방이나 잡초관리 등을 전남도와 장성군이 떠넘기기 식으로 일관, 관리부실까지 나타나고 있다.
16년 동안 요월정 원림 관리를 도맡고 있는 원로작가 이수월(81) 씨는 “원림 주변의 풀들이 한달이면 무릎까지 자라는데 전남도에서 1년에 겨우 2회 제초작업을 지원한다. 매주 개인적인 손길이 가지 않으면 원림의 모습을 유지할 수 없다. 너무 힘들다”고 털어놨다.
문화재 관리자의 고충은 이뿐 아니다. 관리 사택의 유지보수, 내방객 안내 및 접대, 진입도로 주변의 청소 관리 등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전남도와 장성군은 “예산이 없어서...”라고 발뺌하고 있다.
관광객들은 “이처럼 소중한 관광자원을 방치하지 말고 정자와 배롱나무 원림, 둘러싸고 있는 숲 전체를 정원으로 조성하고 관리인이나 관리예산을 배정하여 가꿔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요월정 원림(邀月亭 園林)은 1565년 공조좌랑을 지낸 김경우(金景遇:1517∼1559)가 관직에서 물러나 산수와 벗하기 위해 ‘요월정’이라는 정자를 지었으며, ‘요월정 원림’은 그 주위의 숲을 일컫는다. 1985년 전라남도 기념물 제70호로 지정됐다.
요월정에는 하서 김인후, 고봉 기대승 등 명현들의 시가 현판에 새겨있다. 하서의 후손 김경찬이 이곳의 경치를 찬양하여 ‘조선 제일의 황룡이다’라고 현판에 새겼더니, 나라에서 불러 “황룡이 조선 제일이면 한양은 어떻다는 말이냐”고 질문하자 “한양은 천하에 제일입니다”고 답하여 화를 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