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농부가 매력적인 직업이 되었으면...
[편집국 칼럼] 농부가 매력적인 직업이 되었으면...
  • 강성정 편집국장
  • 승인 2024.11.1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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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정 편집국장
강성정 편집국장

 장성지역에서의 건조벼 첫 수매가 13일부터 시작됐다.

농부의 고단했던 1년 간 결실이 확인되는 순간이다. 어떤 이는 등급을 잘 받았다고 좋아하는가 하면 다른 이는 생각보다 낮은 등급을 받아 실망하는 장면들이 속출됐다.

생생한 삶의 현장이었다.

공공비축미의 수매가와는 별도로 이들에게는 잘 키운 벼에 대한 자부심이 우선이었다. 그 순수함에 실로 공경심이 스며든다.

그 노고에 대한 이상적인 대가가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없을 것이란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는 올해 공공비축미 중 산물벼 8만 톤을 전량 인수하고 내년에 정부 양곡 30만 톤을 사료용으로 특별 처분키로 했다.

정부와 농협은 벼 매입자금 3조5천억 원을 지원하고 정부지원 벼 매입자금에 대해서는 배정한 벼 매입자금의 1백50% 물량을 산지유통업체가 연말까지 의무적으로 매입토록 할 계획이다.

이후 농협은 당초 책정한 벼 매입자금 2조2천억 원보다 8천억 원을 늘린다고 발표했다. 농가 출하 희망 물량을 최대한 매입한다는 방침도 세워졌다.

이와함께 2024년산 벼 매입가를 전년 매입가 이상으로 결정하는 농협 RPC, 비RPC 등에게 2023년산 매입에 따른 손실이 전액 지원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벼 매입가격이 전년 수준 이상으로 지지돼 쌀 값 회복과 농업소득이 기대된다고 했다.

두고 볼 일이다.

장성의 올해 벼 수매량은 4천2백63 톤으로 확정됐다. 지난해 4천3백여 톤과 엇비슷한 물량이다.

수매가는 연말 쯤 확정된다. 우선 중간정산금 명목으로 40 kg 당 4만 원이 지급되고 10~12월의 수확기 산지 쌀 값을 조곡 가격으로 환산해 결정된 수매가와의 차액이 농가에게 돌려준다.

아쉽게도 수매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이원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는 지난해 계약재배를 통해 사들인 벼의 전국평균가격이 40kg 기준 6만4천9백98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보다 5천4백여 원이 떨어진 액수였다.

올해 역시 정부, 농협의 지원 대책에도 불구하고 전망은 불투명하다.

경기도의 한 RPC (미곡처리시설)는 올해 수매가격을 작년보다 6천5백여 원이 하락한 7만5천 원에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특별자치시에 위치한 한 RPC에서는 올 수매가격을 5만3천5백원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처럼 수매가격이 낮게 책정된 데는 농협 RPC의 누적 적자가 한 몫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농협 RPC의 누적 적자는 지난 2022년 이후 1천5백33억 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올해 역시 3백여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한다.

그런데도 농협중앙회는 여전히 지역농협의 적자개선과 쌀 수매가격 향상에 소극적이었다. 농협중앙회는 벼 수매자금 지원 예산을 지난 2021년부터 내리 3년 동안 2조2천억 원으로 동결했다.

이 의원은 “최근 농협에서 2024년산 신곡을 매입하면서 수매가격으로 인한 갈등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취임 때 공약한 ‘40kg 조곡 7만 원 유지’를 실현시켜 농가를 보호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 농가는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농사로 인한 수입도 지속적으로 추락하고 있어 농업에 대해 젊은이들이 전혀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자연스레 수 년안에 농부의 맥이 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지금은 식량안보차원에서 쌀 공급이 수요를 충분히 감당하고 있다고 하지만 언제까지 장담만 할 수 없다. 이미 밀, 콩, 옥수수 등의 주요 곡물들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농사를 지어도 충분히 자녀들을 공부시키고 건사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도록 하는 쌀 값 안정과 농업 대책 등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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