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소리 아
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시인 정지용이 자신의 변화로 인해 고향의 느낌을 상실한 비애감을 노래한 시이다. 산꿩, 뻐꾸기, 풀피리 소리 등이 변하지 않는 등 고향의 자연은 그대로인데 반해 인간사가 변화하는 대조를 부각시키고 있다.
어느 수필가의 글에서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있다.
타지로 떠나 살고 있던 고향 친구 다섯 명이 오랜만에 고향을 찾아 나섰다. 가는 길 내내 친구들은 들떴다. 어릴 적 느낌들이 팍팍 살아났기 때문이다. 도착한 후 시간이 흐를수록 친구들은 말수가 줄어들었다. 시인 정지용이 노래한 것처럼 유소시의 감정이 살아나지 않아 스스로 당황한 것이다.
생활도 불편했다.
도시생활에 그만큼 익숙해진 탓이다.
다음날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서둘러 짐을 꾸려 집으로 돌아갔다.
고향 사랑은 이렇듯 형이상학적이어서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성군민 56.1%가 지역민으로서의 소속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2개 시,군지역의 평균 49.2%보다 월등히 높은 점유율이다.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라고 응답한 장성군민은 10.5%에 그쳤다. 도내 평균 11.2%보다 낮은 수치이다.
장성군민의 자부심 응답률은 도내에서 여섯 번째로 많았다.
가장 높은 자부심을 가진 곳은 고흥이다. 무려 70%에 이른다.
특이한 것은 군 지역민들의 자부심 수치가 목포, 순천 등 시 지역민들보다 높다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 사회시설의 인프라가 좋고 인구도 더 많아 시 지역이 더 높을 것으로 점쳐지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무릇 지역민으로서의 소속감과 자부심은 고향 사랑의 당위성일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은가보다.
장성군은 이런 지표를 바탕으로 해서 더욱 더 군민들에 대한 세심한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높은 소속감과 자부심이 꺾이지 않고 장려될 만한 정책과 비전도 나와야 할 것이다.
물론 군정은 이러한 제반 사정을 고려치 않고 지역의 발전과 군민의 안위를 위해 순수하게 진행돼야 한다.
지역민의 자부심 또한 군정과 상관없이 품는 경향이 농후하다.
다만 지역민의 소속감과 자부심이 지역민을 위한 군정과 맞물리게 될 경우 막대한 시너지효과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바랄 뿐이다.
자부심이 높은 군민인 만큼 군정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수 있다.
비판에 귀닫는 군정은 악순환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군정은 군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할 의무가 있는데도 비판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무책임한 결말로 끝날 것이다. 게다가 군민의 실망감은 또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최근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다. 지방 소멸도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대해 정부와 지자체가 손을 잡고 타개책을 세우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역부족인 현상은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분명한 것은 지역민의 소속감과 자부심이 높은 지역일수록 그 가속화는 더딜 것으로 보인다.
이 모든 난국을 헤쳐나가는 데 마지막 보루는 이러한 자부심이 되리라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모처럼 장성에 희망이 보이는 지표가 나와 반갑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