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철도시설공단, "소음기준치 못미처 방음벽 어렵다"
“자다가도 벌떡벌떡 깨어 일어날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어쩔 땐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땅이 흔들려서 불안해서 잠 못 이룬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남면 마령 내마마을 주민들은 마을에 KTX 철로가 생긴 이후 수년째 소음과 진동으로 피해를 겪고 있는데 그 누구하나 이들 주민들의 피해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산세 수려하고 풍광이 좋아 어느 누가 보더라도 살고 싶어지는 이곳 내마마을은 지금도 논밭 한가운데로 수시로 백로가 날아드는 맑고 조용한 마을이다. 그런데 이 마을 한 가운데로 KTX고속철로가 놓인 직후 이 마을 주민들은 밤낮으로 소음과 진동에 시달리고 있다.
2015년 4월, 이곳 내마마을을 고속철도가 관통한 직후 그해 가을부터 장성군을 비롯, 철도청과 한국철도시설공단, 심지어 국민권익위원회 등지에 수십 차례 민원을 제기했던 마을주민 한기석 씨는 “기차 소음 때문에 밤에 잠을 못 이룰 정도로 극심한 시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지만 그 누구 하나 해결해 주지 않는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한 씨는 “마을에 KTX가 운행된 뒤 집 욕실에 부착된 타일이 우수수 떨어져 나갈 정도로 진동이 심한데 이 피해를 어디다 하소연해야 하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이 때문에 그야말로 발바닥이 닳을 정도로 뛰어다니며 민원을 제기했지만 한결같은 답변은 ‘소음측정결과 기준치에 미치지 못해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다’라는 답변만 해왔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한 씨는 이곳 내마마을에 KTX가 가로질러 달리면서 평화롭고 살기 좋았던 마을이 살던 주민이 떠나고 귀농하려던 외지인들도 발길을 돌리고 있다며 방음벽 설치 등 주민 안전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희망했다.
이에 대해 한국철도시설공단(이하 시설공단) 관계자는 한 씨가 민원을 제기했을 때(2017년 7월) 공단에서 현장 소음 측정결과 주간 2회 측정값 54.5db, 55.6db, 야간 1회 측정값 53.0db로 호남고속철도 소음기준치인 60db에 미치지 못해 귀하께서 요청하신 방음벽 설치가 어려웠다고 답변해왔다.
이 관계자는 “시설공단은 민원인이 원하면 언제든 소음과 진동에 대해 측정에 나설 수는 있지만 측정결과 기준치에 미달한 측정값이 나올 경우 시설공단이 도와줄 뾰족한 방안은 없다”고 답변했다.
한 씨는 이 시기(두 달 후인 9월) 시설공사 뿐 아니라 전라남도 보건환경연구원에도 의뢰해 소음을 측정했다. 이 기관의 소음 측정치는 철도 교통소음[LeqB(A)] 측정결과 주간 70db 한도에 59db, 야간 측정결과 60db 한도에 60db의 측정값을 기록해 주·야간 모두 기준에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 같은 판정에 한 씨는 관계기관에 보낸 청원서를 통해 “호남고속철 관계기관의 답변은 ‘1시간동안 측정한 등가 소음에 따라 기준치에 미달된다”라는 답변만 해오는데 순간소음은 주간 84db, 야간 94db로 측정됐는데 어찌 평균값만 따져 기준에 미달한다고 하는지 답답할 지경이라고. 이어 “어떻게 이렇게 일방적 주장만으로 내마마을 주민들은 순간소음진동 등 생활 속 고통속에서 평생을 살아야 합니까?”라고 되물었다.
덧붙여 “인근 황룡면 ‘맑은물관리사업소’의 경우 우리 마을보다 훨씬 먼 거리에 고속철도가 설치됐음에도 그곳은 방호벽 상단에 방음벽이 설치됐는데 이는 지역차별이 아니냐?”며 성토하기도 했다.
이 마을(내마마을) 이정신 이장 역시 고속열차 운행 이후 주민들이 소음과 진동으로 피해를 보고 있어 진즉부터 골머리를 앓아왔다고 한다. 이 이장은 “우리 마을 말고도 장성지역에 KTX가 터널을 빠져오며 피해를 보는 지역이 있다고 들었다. 조만간 이 마을 대표를 만나 함께 연대해 향후 대응책 마련 등을 고심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